
마운자로를 맞은 20대 여성이 3개월 만에 22kg을 뺐지만 췌장 조직 일부가 괴사하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멍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유혹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야근과 회식이 반복되는 직장 생활 속에서 체중이 불어나는 걸 보며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왜 하필 췌장과 담낭일까요
결혼 후 체중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저는 매일 밤 체중계를 두려워하게 됐습니다. 잦은 야근, 회식, 남편과 함께 먹는 야식까지 더해지니 어느 순간 거울 속 제 모습이 낯설더라고요. 그러다 SNS에서 "3개월에 20kg 감량"이라는 후기들을 보며 마운자로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약물입니다. 여기서 GLP-1이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쉽게 말해 '포만감 스위치'입니다. 기존 비만 치료제들이 GLP-1 하나만 건드렸다면, 마운자로는 GIP까지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체중 감소 효과가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문제는 이 강력한 작용이 췌장과 담낭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준다는 점입니다. 약물이 췌장에 직접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강하게 촉진하는 과정에서 선방 세포의 증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선방 세포란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췌장 외분비 세포를 뜻합니다. 실제로 마운자로를 포함한 GLP-1 계열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 중 약 44%에서 리파아제·아밀라아제 같은 췌장 효소 수치가 정상 상한치 이상으로 지속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출처: 미국 FDA).
여기에 약물이 장 운동을 전반적으로 느리게 만들면서 담즙과 췌장액의 배출까지 둔화됩니다. 담즙이 제대로 흘러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면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뭉치기 시작하고, 췌장 내에서는 소화 효소가 조기 활성화되어 췌장 조직 자체를 녹여버리는 자가소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앞서 언급한 20대 여성의 췌장 괴사 사례가 바로 이 자가소화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어떤 사람이 더 위험할까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위험이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처럼 비만을 고민하는 30대 직장인은 어느 정도 위험군에 속할까요? 2025년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의 후향적 연구가 꽤 구체적인 답을 줬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처방받은 2,245명 중 약 2.2%인 49명에서 급성 췌장염이 발생했고, 이들을 분석하자 위험을 폭발적으로 높이는 기저 인자들이 드러났습니다.
담석 병력이 있으면 췌장염 위험이 2.9배, 과거 급성 췌장염을 앓은 적 있다면 무려 4.8배까지 치솟습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2.4배 더 위험했는데, 흡연이 췌장 외분비액을 자극해 소화 효소를 조기에 활성화시키는 독립적 촉발 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관상동맥 질환이나 말초 혈관 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도가 두 배로 높아졌습니다.
제가 직접 제 상황을 대입해 봤더니 꽤 걱정됐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음주가 잦고, 고중성지방혈증을 동반한 대사증후군은 비만 환자들에게 흔히 함께 나타납니다. 고중성지방혈증이란 혈액 속 중성지방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로, 췌장 내부에서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위험 인자입니다. 이미 혈액 속에 중성지방이 가득한 상태에서 마운자로까지 더해지면, 췌장염 스위치가 켜지기 딱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2022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은 담낭 및 담도 질환 위험을 전반적으로 37% 높였으며, 특히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할 때 위험 증가폭이 당뇨 치료 목적 대비 2.29배로 훨씬 컸습니다(출처: The Lancet). 저용량에서는 위험 증가가 거의 없었지만, 고용량을 쓰거나 26주 이상 장기 투여할 경우 위험도가 뚜렷하게 상승했습니다.
고위험군 체크리스트
- 과거 담석·담낭염·췌장염 병력이 있는 경우
- 고중성지방혈증 또는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경우
- 흡연자이거나 음주 빈도가 잦은 경우
- 관상동맥 질환 등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 고용량으로 빠르게 증량 중이거나 26주 이상 투여 예정인 경우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부작용 사례들을 알게 된 후 저는 마운자로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빠른 결과를 얻으려다 담석이 생기거나 췌장이 손상되어 평생 질환을 안고 살아간다면, 체중계 숫자가 줄어든들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대신 제가 선택한 방법은 약보다 훨씬 덜 극적이지만, 몸에 훨씬 덜 가혹합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체중 감량 속도에 대한 기준입니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안전한 감량 속도는 주당 0.5~1kg, 또는 한 달에 본인 체중의 2~4% 이내입니다. 급격한 체중 감소가 일어나면 간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담즙으로 쏟아내면서 담즙이 과포화 상태가 되고, 여기서 담석이 형성됩니다. 콜레시스토키닌이란 지방 섭취 시 분비되어 담낭을 수축·배출시키는 호르몬인데, 식사량이 급감하면 이 호르몬 분비가 줄어 담즙이 고인 물처럼 정체되고 결국 굳어버립니다.
제가 직접 식단을 바꿔보니 가장 어려운 건 '지방을 얼마나 먹느냐'였습니다. 다이어트한다고 닭가슴살과 고구마, 샐러드만 먹었더니 담낭이 수축할 기회 자체가 없어지더라고요. 올리브유, 아보카도, 견과류처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매 끼니 조금씩 곁들이는 것이 담낭 운동을 유지하는 데 훨씬 낫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오메가 3도 식후에 꾸준히 복용하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전신 염증 수치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단, 산패된 오메가 3은 오히려 간과 췌장에 독이 될 수 있으니 보관 상태와 제조일자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분 보충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마운자로 투여 초기에 극심한 오심과 구토로 물조차 마시기 힘든 분들이 많은데, 탈수가 오면 담즙이 농축되어 담석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맹물이 넘기기 힘들다면 보리차나 무가당 전해질 음료를 조금씩 홀짝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위험군에 속한다면 UDCA(우르소데옥시콜산) 복용을 전문의와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UDCA란 담즙 내 콜레스테롤 결정화를 억제해 담석 형성을 막아주는 성분으로, 급격한 체중 감소 환자에게 담석 예방 목적으로 실제 임상에서 사용됩니다. 마운자로 투여 초기 3~6개월 동안 300mg씩 하루 2회 복용하는 방식이 근거로 거론되지만, 이는 반드시 담당 의사의 판단 아래 결정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운자로를 맞으면 무조건 췌장염이 생기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2,245명 대상 연구에서 급성 췌장염 발생률은 약 2.2%였습니다. 문제는 담석 병력, 고중성지방혈증, 흡연 등 복합 위험 인자를 가진 분들에게서 위험도가 최대 4.8배까지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고위험군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마운자로 부작용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명치나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쥐어짜는 극심한 통증이 1~2시간 이상 지속되고, 등이나 오른쪽 어깨로 뻗치는 통증과 함께 구토·발열·황달이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참고 버티다가는 췌장 괴사나 담낭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다이어트 중 지방을 완전히 끊으면 더 빨리 빠지지 않을까요?
A. 지방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담낭을 수축시키는 콜레시스토키닌 호르몬 분비가 급감합니다. 담낭이 오래 수축하지 않으면 담즙이 정체되어 오히려 담석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올리브유나 견과류처럼 불포화 지방산을 매 끼니 소량씩 섭취하는 것이 담낭 건강을 지키면서 감량하는 더 나은 방법입니다.
Q. UDCA(우르사)는 약국에서 그냥 살 수 있나요?
A. 100mg 제품은 일반 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담석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200mg·300mg 고함량 제품은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반드시 의사 처방이 필요합니다. 피로 회복 목적으로 팔리는 복합 우르사는 UDCA 함량이 낮아 담석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BMI가 높을수록 마운자로 부작용도 더 심한가요?
A. 연구 결과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BMI 36 이상 초고도 비만 환자군은 BMI 30 이하 환자보다 췌장염 위험이 낮게 나타났는데, 마운자로의 인슐린 감수성 개선과 전신 염증 억제 효과가 초고도 비만 환자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히려 고위험 기저 질환의 유무가 체중보다 더 중요한 변수입니다.
결론
저는 결국 마운자로의 유혹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숫자를 보여주는 방법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숫자를 얻는 대가로 췌장이나 담낭을 희생해야 한다면 30대인 저에게는 너무 비싼 대가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문제였습니다. 약물이 몸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알고 나서야 비로소 선택의 기준이 생겼거든요.
마운자로 사용을 이미 시작했거나 고려 중이라면, 본인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담석·췌장염 병력, 흡연, 잦은 음주, 고중성지방혈증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담당 의사와 UDCA 병행 복용을 반드시 상의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리고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한 달에 본인 체중의 2~4% 이내로 천천히 줄여가는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몸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